노인보호전문기관에 근무하고 있는 사회복지사가 학대 가해자와 상담 하던 중 중상을 입은 사건을 계기로 사회복지종사자 안전대책 마련과 피해보상 대책 등이 시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달 29일 노인 학대 가해자 박 모(74)씨가 휘두른 칼에 찔려 병원으로 긴급 후송된 경북노인보호전문기관 권 모 사회복지사는 중환자실에서 일반병동에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현재 권씨는 늑막과 폐 일부가 손상됐고, 왼쪽 손목의 근육과 인대, 신경이 파열됐으며, 박씨는 포항시 남구 장기면에서 검거돼 포항북부경찰서에서 사건경위에 대해 조사를 받고 있다.

이번 사건에 대해 노인보호전문기관의 감독기관인 보건복지부 노인정책과 관계자는 “권씨의 피해 보상 부분에 대해서는 산재보험 처리를 하기로 했으나, 그 외 다른 보상계획은 없다.”며 “상담 사무실을 가보니 너무 개방적으로 책상과 의자만 놓여있는 등 사무실 구조를 변화시킬 필요가 있었다. 앞으로 이번 사건과 같은 피해가 다시 생기지 않도록 여러 가지 재발방지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장 실무자들과 이야기를 나눈 결과 ▲경찰과의 업무협조 ▲산재보험 이외의 보험 필요성 ▲업무수행지침 내 안전에 대한 매뉴얼 부재 등 전반적으로 개선돼야 한다는 의견을 전해 들었다.”며 “더 많은 실무자들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중앙노인보호전문기관에 이 같은 사항을 전달한 후 실무자들의 의견을 수렴해 보건복지부에 전달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 의견이 수렴 되는대로 이번 주 내 회의를 개최한 후 구체적인 대책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사건 소식이 알려지자 한국사회복지사협회(이하 한사협)도 발 빠르게 대응에 나섰다.
지난 4일 한사협 조성철 회장을 비롯한 협회 관계자 4인은 권씨를 문병하고 정부차원에서의 대책마련을 요구하고 나섰다.

한사협이 지난 3일 발표한 성명서에 따르면 “사회복지사 등의 처우 및 지위향상을 위한 법률(이하 처우개선법)이 제정돼 올해부터 시행에 들어갔으나 평소 사례관리 및 상담 등을 진행할 때 여러 위험에 노출돼 있는 사회복지사 등에 대한 안전 가이드라인이나 보상제도가 전무하다.”며 “해당 지자체는 관련 조례를 시급히 제정하는 등 이번 사건과 관련해 재발방지를 위한 조치를 즉각 시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사협 추주형 과장은 “그동안 사회복지 현장에서 각종 피해사례가 있어왔으나 기관에 불이익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로 산재보험 처리조차 꺼려 공식적으로 집계된 바는 없다. 하지만 많은 사회복지사들이 업무 중 위협을 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한사협 차원에서는 이 문제를 정책이나 처우개선법 등의 차원에서 개선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추 과장이 꼽은 해결책으로는 ▲안전 가이드라인 명시 ▲사회복지사를 위한 전담 기구 설치 ▲사회복지 종사자를 위한 별도의 보험상품 개발 ▲처우개선법 시행에 따른 지자체 별도 지원 등이다.

추 과장은 “안전 가이드라인이 법률이나 내부지침에 명확히 나타나지 않아 문제가 발생했을 때 대처하기가 어려움만큼 반드시 명시해야 한다.”며 “특히 위험한 상황에 처한 사회복지사들을 전문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병원을 지정한다거나 그 외 보호역할을 할 수 있는 전담기구 설치 등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기관 별로 가입돼 있는 산재보험 외에 안전문제를 고려한 별도의 보험 상품 개발도 만들어져야 한다.”며 “개인이 보험을 가입하기에는 어렵기 때문에 기관 차원서 의무적으로 가입하거나, 지자체가 일정 수준 이하의 월급을 받는 사회복지사들을 위해 보험료를 지원하는 방안도 고려해봐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이런 내용들이 처우개선법에 포함돼 있는 만큼 정부와 관할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처우개선법을 시행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대처할 것이며, 오는 8일 협회 내 윤리위원회와 인권위원회를 열고 이 내용을 논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권씨의 소식이 알려지자 SNS 등을 통해 권씨를 위로하고 대책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뜨겁다.

한 사회복지사는 페이스북을 통해 “많은 사회복지사들의 근무환경이 위험에 노출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안전장치가 없었다. 특히 정신보건영역은 노출정도와 심각성이 높다.”며 제도마련을 요구했으며 또 다른 사회복지사는 “노인보호전문기관의 경우 가해자와 마주 대하지만 이에 대한 안전대책 마련이 전무하다. 무엇보다 학대 신고 후 경찰과 동행해 가해자를 만날 수 있어야 하는데, 이런 조치들이 이뤄지지 않고 있어서 안타깝다.”고 밝혔다.


데스크승인 2012.03.05  18:12:24

김라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