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티

더불어 살아가는 지역사회를 만들어가는 것이 전석의 꿈입니다.

[기고] 민간참여 가로막는 사회복지사업법

페이지 정보

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6,800회 작성일 12-04-30 15:00

본문

복지법인 개방이사제 사실상의 관선이사제
당사자 의견수렴없이 일방적 강요로 민간의 복지참여 위축시켜

M20120426.010260717300001i1.jpg
올 초 개정 공포된 사회복지사업법이 시행을 앞두고 있다. 이 법은 사회복지법인의 이사정수를 늘리고, 이사의 1/3을 사회복지위원회나 지역복지협의체가 추천한 ‘개방형 이사’로 채우도록 하고 있으며, 임원의 해임이나 법인설립 허가의 취소요건을 쉽게 하였다. 논란의 핵심이 되었던 이른바 ‘개방형 이사’는 그동안 진보적 이념 단체들이 줄기차게 요구해왔던 제도다. 이는 영화 ‘도가니’를 통한 여론몰이 속에서 이해당사자의 의견수렴 없이 일방적으로 강요된 것으로, 지방자치단체장이 사회복지법인에 이사를 파견하는 사실상의 관선이사제인 것이다. 이로써 사회복지법인의 이사구성과 운명은 지자체장의 정치적 이념에 휘둘리기 쉽게 되었으며 반면에 민간부문의 복지투자와 참여는 그만큼 위축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사회복지법인은 수십억원에서 많게는 수백억원의 출연자산을 기초로 구성되는 공익법인이다. 여기에 출연자의 출연동기나 신념과 관계없이 관선이사를 강제로 파견한다는 것은 시장경제와 사유재산제를 근간으로 하는 우리의 헌법적 질서를 흔드는 것이다. 공공성 확대를 법개정의 이유로 들고 있으나 사회복지법인의 공공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적 장치는 지금도 넘쳐난다. 이러한 규제도 모자라 아예 사회복지법인을 관제화하겠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복지시설의 인권침해와 비리문제가 복지법인의 폐쇄적이고 독점적인 구조에 원인이 있으며 ‘개방형 이사’를 통해 이 구조를 깨야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복지시설의 비리문제가 관선이사 몇 명으로 간단히 해결되기는 어렵다. 복지법인의 임원은 대부분 비상근 이사로 일정한 보수 없이 자원봉사로 참여하고 있어 그 역할과 책임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대개는 자산출연자인 법인의 대표에 의해 실질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독점적 구조를 깨자면 법인의 자산출연자(설립자)는 재산만 내놓게 하고 그 권리는 인정치 않겠다는 것인데, 강제로 그렇게 하는 것이 과연 옳을까. 출연자의 출연동기와 공익사업에 대한 소명의식은 보호되어야 할 가치가 없는 것일까. 그러고도 공익사업에 대한 민간의 참여와 투자가 가능할 것이라 믿는가.

비록 일부라 하더라도 복지시설의 인권침해와 비리는 근절되어야 마땅하다. 비리나 인권침해 예방을 위해서는 법인대표와 시설운영자에게 책임을 엄중하게 묻는 한편 감독관청의 의지와 감독기능을 강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우선이다. 대개의 시설 비리는 보조금이나 후원금 횡령 따위의 회계부정이다. 시설의 회계규모가 그리 크지도 않을 뿐더러 회계업무 또한 단순해서 감독기관의 의지와 능력만 있다면 충분히 예방과 단속이 가능한 수준이다. 또한 인권침해가 우려되는 시설도 외부와 격리되기 쉽고 폐쇄적으로 운영되는 일부 시설에 국한된 문제다. 이런 시설에 대해서는 감독공무원이 자주 들여다보기만 해도 어느 정도 예방이 가능하다. 권한과 책임이 제한적인 관선이사 몇 명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은 복지시설 운영에 대한 무지와 오해의 소산일 뿐이다.

개정 법률이 그대로 시행될 경우 민간복지부문의 복지투자와 참여를 외면하게 만들어 결국엔 복지서비스의 질 저하와 국민부담의 증가로 이어지게 된다. 민간부문이 복지사업 참여를 외면해 버린다면 그 몫은 고스란히 국가의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내년 초 시행을 앞둔 개정 사회복지사업법이 다시 개정되어야 하는 이유다.

강영신 대구사회복지법인대표자협회장

※ 출처 : 영남일보 2012-04-26, 오피니언 기고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